채식주의자뿐 아니라 MZ 세대까지 식물성 식품에 열광하면서 대체육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보다 더 고기에 가까운 가짜 고기’를 만들기 위해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이전까진 콩고기가 대세였다면 요즘엔 버섯이나 곤약, 마카다미아같이 다채로운 재료를 활용해 고기의 식감을 살린다. 또 단백질 압출 후 수분을 주입하는 별도의 냉각과정을 개발하거나, 분자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고기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첨단 기술도 동원한다. ◇버섯, 마카다미아에 AI까지 동원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는 버섯을 이용해 닭고기의 찢어지는 식감을 구현하고 있다. 버섯을 분쇄한 뒤 가열·압축 과정을 거쳐 고기처럼 단단하게 응고시키고, 이후엔 바로 공기 중에서 건조하지 않고 한차례 냉각해 수분을 가둔다. 위미트 안현석 대표는 “기존 콩고기 제조 공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냉각한 결과 치킨의 질감까지 구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위미트 안현석 대표가 2022년 1월 20일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식물성 원육의 찢어지는 결을 보여주고 있다. 대체육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맛과 향을 넘어 버섯으로 찢어지는 식감까지 구현한 것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또 다른 대체육류 스타트업 ‘더플랜잇’은 자체 보유한 식품의 분자 데이터를 활용했다. AI를 통해 닭고기 맛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식품을 찾았는데, 마카다미아와 땅콩이었다. 더플랜잇 양재식 대표는 “비슷한 식품을 찾은 뒤엔 필요 없는 부분을 덜어내고 후가공으로 수분감을 더했다”며 “닭고기 맛을 80% 이상 구현한 상태”라고 했다. 더플랜잇은 지난해 동물성 단백질 대체 공급원 개발을 위한 글로벌 경진대회 ‘엑스프라이즈 미래의 단백질 개발’에서 국내 스타트업으로선 유일하게 준결승에 진출했고, 막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건 식품 개발 스타트업 바이오믹스테크는 콩과 밀, 해초, 곤약, 버섯 등을 이용해 대체육을 만든다. 자체 식물성 조직 단백질(Textured Vegetable Protein) 제조 기술로 씹는 질감을 구현했다. ◇식물성 고기 개발이 대세? 대체육 기술 개발은 ‘무엇이 진짜 고기 맛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여러 갈래로 나뉜다. 고기 특유의 감칠맛, 단단한 질감, 찢어지는 식감 등 중점 분야에 따라 기술 개발 방향도 달라진다. 줄기세포나 근세포를 배양한 ‘배양육’ 방식으로도 대체육을 만들 수 있지만, 기술 개발이 어려운데다가 아직 비용 문제가 남아있다. 식물성 대체육은 배양육에 비해선 기술 개발 진입 장벽이 낮고, 비용도 적게 들어 제품 출시가 빠른 편이다. 이 때문에 대체육 회사들이 식물성 고기에서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식물성 고기 시장은 2019년 기준 121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연평균 14.9%씩 상승해 2025년엔 27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세가 뚜렷해 여러 벤처캐피탈(투자 회사)에서도 대체육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다. 푸드테크 기업 ‘올가니카’는 최근 중국 최대 국영기업 중신그룹의 씨틱캐피탈에서 428억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올가니카는 중국 대체육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도 줄줄이 대체육 사업 국내 대기업들도 대체육 기술 개발과 브랜드화에 줄줄이 나서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했고 올해엔 비건 레스토랑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농심은 독자 개발한 HMMA(High moisture meat analogue) 공법으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 식감을 구현한 식물성 고기를 만들고 있다.